하루 씻는 것을 포기해 보았다.
쌓인 먼지를 멍 하니 바라보다 하루가 어두워지고
크게 불편하지 않은 마음을 읽으며 여인 하나를 거울앞에 세워 보았다.
아,에,이,오,우 하루 씻지 않았어도 발음에 지장은 없다고 ~ 하하
짤막한 동시집을 꺼내어 읽어 본다.
생각없이 책장을 넘겨가는 동안 어린 소년이 내 손을 잡는다.
커다란 눈을 꿈뻑이며 찐빵을 건넨다.
빵은 밥이다.
밥은 삶이다.
삶은 우리들의 호흡이다.
몇 해를 지나고 또 지났는지 나의 나이를 가늠하기조차 부끄럽다.
무엇을 잘하고 살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 까닭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붉은 동백이 사월 뜨락을 수놓아주니 그 빛으로 나의 볼을 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