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일상을 기록하다 ◑

길 떠나는 할머니

by sang-a 2017. 6. 27.

 

 

행복하게 살다 가시는 길이었는지 묻고 싶지는 않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

삶의 종착역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길을 떠나셨는지 말이다.

 

할머니께서 (하영례) 95세의 일기로 영면에 드셨다.

안동김씨 문충공파 27世孫 넷째 아들인 할아버지께서 부인이 일찍 사망하자

두번 째 부인으로 시집와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낳으시고 살면서

남편을 먼저 보내고 본처의 외아들인 아빠를 또 보내시고 자식들 키우시며

외며느리인 엄마와는 5살 차이의 고부간으로 어언 30여년이 넘는 세월을 사셨다.

 

옛 시대부터 지금까지 별의 수만큼이나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을테고

늙어서는 며느리와 마음으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더라.

 

자손들의 효도를 받으시고 복되게 살다 돌아가셨다 모두들 말 한다.

화장하여 선산에 할아버지 좌측에 뫼시었다.

 

손이 귀하여 첫째 할아버지는 후손이 없고

둘째 할아버지도 셋째 할아버지네 아들을 양자로 들일 정도였다 한다.

지금도 그다지 친척들이 많은건 아니지만 그마져도 자주 볼 수 없어 얼굴도 몰라 낯설기까지 한적도 있다.

이제는 엄마가 최고 어른이시다.

 

어떻게 살다가 가는 것이 참 행복의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왜 살고 있는지

그것에 대하여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왜 사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말이 금세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모두 하나의 점이요

우리 모두 찰나의 삶이라는데

사랑할 수 있을 때 온 마음으로 사랑하며

빈 손으로 길 떠나는 날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기 위하여 맑게 살으려 노력할 일이더라.

 

 

 

 

 

 

 

 

 

 

 

 

 

 

 

 

 

 

 

 

'◐ 일상을 기록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과 싸우는 사람들  (0) 2017.08.16
이름을 불러주세요  (0) 2017.07.18
소리내지 말고 흐르자  (0) 2017.06.27
오월을 보내며  (0) 2017.06.01
어버이 날에  (0) 201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