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거울과 마주했다.
아닌 척 하여도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거울에게
민낯의 나를 보여주며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던졌다.
얼마전 환한 얼굴로 새로운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있던 오빠를 꿈에서 보았다.
기분이 좋은지 손으로 마루를 만지던 모습이 선하다.
생각에 언니가 이쯤에 이사를 한다는 말 들었는데 했나보다 싶다.
내 마음이 가고픈 길로 생각을 잡아가는 것이다.
더는 아프지 않은 듯한 오빠의 환한 얼굴이 좋았으니까
내게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성실하게 살며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아낌없이 사랑해야지 하지만 울컥
힘이 들때면 못견디게 그리운 아빠를 다시 불러본다-
하지만,
내 그리운 아빠는 이제 더이상 꿈에서조차 나를 보러 오시지 않는다.
이 나이에도 철없이 불러대는 내가 귀찮아지신걸까
안개에 갇혀버린 하이얀 생각들이 내 가슴에 빗질하는 날.
행복한 일들과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눈물나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던 내 마음이
오늘은 왠지
붉은 단풍의 슬픔을 모르는 세상에 대한 헛헛함에 머문다.
누구의 탓도 아님을 안다. 알면서도 그런 것이다.
밤이면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고
새벽이면 아침이 오기를
아침이면 다시 저녁이 되기를-
민낯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거울을 닦는다. 내가 닦아야 하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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