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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기록하다 ◑

스팸 신고

by sang-a 2017. 11. 28.

 

 

문협 가족중 부고가 있어 충주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교회에서 나와 기도중이었다.

기도가 끝나고 벌겋게 부운 눈으로 우리를 대하는 모습을 보니 확 하고 슬픔이 전해온다.

그 시기가 언제이건 부모와의 이별은 슬프게 마련이겠지만

오랜 기간 병석에 누워계시다 가시는 길이니

그래도 이제 아프지 않으셔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으라 하고 싶다.....

그것이 위로가 되지 않음을 잘 안다.

못다한 효에 대한 죄스러움과

이제는 그나마도 볼 수 없다는 현실에 하염없이 흘리고 있는 눈물이 답일테니까..

 

*

가는 길에 낙조를 보며

우리의 지는 모습도 저렇듯 아름다운 빛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묶여있었다.

 

짜증하는 일이 많고도 많은 게 세상살이다.

그 중 하나로, 전화를 들 수 있겠다.

우리는 귀찮고 불필요한 전화번호를 수신차단하고 스팸으로 신고하는데 그것은

상대와의 관계를 거부하는 방법이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행동하는 무례한 사람을 보면 정말 언짢다.

 

그런 것 같다.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말과 행동에 위엄이 생기는 것이 아니듯

우리가 살며 환경이 바뀌고 가꾸어가는 덕행으로 조금의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오랜 습관으로 굳어진 말투와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

 

훌륭한 업적을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말에도 향기를

행동에도 위엄을 갖출 수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칠은 바위가 비바람의 세월을 나면서 조금씩 모난 부분을 다듬어가듯

나의 모나고 부족한 인성을 가꾸어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지워버리고 차단하고 싶은 번호가 아니라

마음에 외워두는 번호로 저장되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이제 푸석한 잎들이 거리에서 아프게 운다.

어린아이는 쌓인 눈을 보면 눈사람을 만들고 싶고

나이들면 불편한 것들이 먼저 떠올라 걱정이 앞서는 겨울.

 

싫어도 좋아도 세월은 흐른다.

내 가슴에 온기를 조금이라도 세상에 전하는 겨울이 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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