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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산책로 ◑

6. 유도관 - 사미인곡

by sang-a 2020. 7. 19.

작품소개

분류 : 국한문혼용가사

작자 : 유도관

잘형태 : 전적

소장처 : 한국가사문학관

해제시기 : 2009.12.31일

해제자 : 국윤주 교수

 

작품설명(초록)

유도관의 <사미인곡>은 출사의 길을 가지 않고 처사의 삶을 살았던 향촌의 선비가 노래한 것으로,

남녀 상사의 형식을 빌은 연군가사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궁벽진 향촌에서 벼슬길이나 유배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오직

초야에 묻혀 사는 한 선비로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님을 그리는 애절한 여인의 목소리에

빗대어 노래한 것이다. 그 표현 형식의 측면에서나 군주를 사모하는 충신연주지사의 내용이 모두

송강 정철의 <전후미인곡>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사 <사미인곡>은, 『곤파유고(崑波遺稿)』 초고본에 전한다.

이것은 광주의 헌책방에서 하성래가 구입하여 간직하게 되었는데 책의 위아래쪽이 불에 탄

흔적과 가위로 잘라낸 자취가 뚜렷하여, 이 때문에 가사의 구절이 여러곳에서 두어 자씩 잘려 나갔다.

이것을 이상보가 문맥에 따라 유추하여 재구성한 뒤 논문을 통해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초고본에는 가사 <사미인곡>뿐만 아니라 가사 <경술가>와 함께 시조작품 4수 또한 실려있어

좋은 참고가 된다.

  한편 유도관의 후손인 유한상옹(98세)에 따르면, 지금의 『곤파유고 』는 유도관의 손자인 유발이 필사하여

집안에 전해져 오다가 1987년 변시연을 통해 전라남도 향토문학 연구자료로 영인. 발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에 창평 해곡기 종가에 다수 보관돼 있던 고문서와 고서들이 도난당하여 유실되는데 아마도

『곤파유고』초고본은 이때에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영인.발간된 문집에는 가사 <사미인곡>을

비롯하여 시조 4수는 실려 있지 않아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사미인곡 - 현대문

 

천지 생긴 후에 인륜이 생겼으니

군신의 도리도 부부와 한가지라

부열의 땅 고름은 은나라의 안주인 같고

소하급향은 한고조의 어진 부인 같다

타고난 고운 바탕 내 어찌 버릴소냐

얌전하고 정숙한 자태 군자의 좋은 짝 되고자

북쪽의 고운 님이 옥루에 계시는데

옥같은 좋은 모습 하늘 같이 어진 덕에

꽃같이 향기롭고 달같이 뚜렷한 마음

엊그제 잠깐 듣고 마음에 걸렸어라

 

삼생의 연분인가 백년을 모시고자

산하로 맹세하고 자나깨나 생각하여

전전반측하니 부부 화락 어느 땐고

혼인하기 좋은 시절에 매화 절개 노래하니

해바라기하는 꽃의 정성으로 상사자 되었구나

경성이 동쪽에 있을 때 북극성 바라보니

은하수 흐르는 물 애끓는 소리로다

어와 내 일이야 생각하면 어리석다

왕비의 지극한 덕 옛 태임과 오늘의 태사 같고

삼천 궁녀 고운 얼굴 낱낱이 선녀이거늘

나와 같은 못난 여인 돌아나 보실런가

쓸쓸히 헤아리며 다시금 생각하니

 

하찮은 채소를 분별함에도 그 뿌리를 보았던가

박색의 무람녀라고 덕도 항상 낮다 하겠는가

공손후 깊은 충성 안색이 아니로다

내 아무리 미천한들 님의 은혜 저버리겠는가

일생에 먹는 것이 우리 님의 밥이로다

일생에 입는 것이 우리 님의 옷이로다

하늘같은 은덕을 조금이라도 갚으리라

갚을 길 생각하니 어찌 해야 할까

구중궁궐 님 계시니 만날 길이 요란하다

많고 많은 온갖 일들로 소의간식하시니

건강은 어떠신지 얼굴빛도 파리하다

정성으로 겨울 기러기 따라 석양 햇빛 잠깐 드니

 

사랑하는 겨울 햇빛 찬 근심을 녹여낸다

이웃의 칠십녀 손짓하여 불러와서

대바구니 옆에 끼고 미나리 캐어보니

살지도 연한 맛을 님에게 드리고져

받들고 바라보니 천리에 뉘 전할고

싸고 다시 싸서 베개 맡에 놓아두고

사창 지는 달에 첫 잠을 잠깐 드니

나비가 청조되어 인도해서 가고 가니

옥루 높은 곳에 화촉이 찬란한데

옥안을 잠깐 열어 너로구나 웃을실새

평생 생각던 얼굴 정말 이러 하시던가

정성을 다 기울여 말씀 드릴 제

 

심간을 떼어내고 뼈를 온통 다 갈아도

아픈 줄 전혀 몰라 무지무진 더 하였네

이렇듯 깊은 정성 가약이 늦어가니

이팔 청춘 고운 눈썹 반이나 바래엇네

비단 잠옷 옥침병에 향내가 점점 작다

하물며 세밑에 근심 더욱 깊어

초목이 시들고 미인도 늙어가니

젊은 날 못만나고 늙은 후에 서로본들

가슴 속 쌓인 정을 어느 결에 다 펼칠까

가을 바람 점점 차니 입으신 옷 어떠한고

이 내 눈 밝았을 때 옷이나 지어두자

올 봄에 기른 누에 고치 따서 실을 내어

 

오색 물감 드렸더니 옷감 색깔 더욱 좋다

한 필씩 끈어내어 오색 치마 지은 뒤에

세 치도 못된 허리 맞을런가, 아닐런가

금햠에 넣어두니 옷이 한껏 향기롭다

가을 밤 긴긴 겨울 잠 없이 혼자 누워

푸른 등 곁에 두고 장막을 걷어내니

심회도 청결하고 걱정도 많고 많아

다시금 일어나서 달빛 아래 거닐다가

거문고를 무릎 위에 빗겨 놓고

장상사 한 곡조를 우조로 슬피 타니

쌍보이 넘노는 듯 고학이 울고가는 듯

강은 깊고 달이 놓으니 하늘도 점점 높다

 

줄줄이 슬픈 소리 내 마음 일렁인다

장풍이 슬쩍 슬어 임 계신 데 돌아가면

한밤 중 베개 위에 부디부디 느끼시리

답답하고 그리운 때 하늘을 바라보니

넓고도 높은 기상 이 아니 님이신가

평생에 우러름이 진실로 하늘같은 내 님이라

두어라 천명과 천시 정한 때 있으니

추당에 만부용 되어 수홍하며 기다리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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