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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산책로 ◑

10. 정철 - 사미인곡

by sang-a 2020. 7. 19.

작품소개

분류 : 국한문혼용가사

작자 : 정철

자료형태 : 전적

소장처 : 한국가사문학관

해제시기 : 2009.12.31일

해제자 : 박영주 교수

 

작품설명(초록)

 송강 정철(松江 鄭澈 ; 1536~1593)의 <사미인곡>은 '미인-님-임금'을 그리는 절절한 정을, 한 여인이

그 남편을 생이별하고 그리워하는 연모의 정으로 바꾸어 노래한 연가이자 연군가이다.

이별한 님에 대한 그리움과 님에게 드리고 싶은 정성을, 그 님이 받아들일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간곡하게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미인곡>은 송강이 봉당 간의 알력과 정쟁이 격화되던 와중에 사헌부와 사간원의 논척을 받고

판돈령의 직위에서 물러나 담양 창평에 머물던 시기에 지어졌다. 작품이 지어진 정확한 연대는

송강의 넷째 아들 정홍명이 이식에게 전하는 편지에서, '<전후미인곡>은 이 고장 창평에서

지은 것입니다. 어느 해라도 적혀 있지는 않지만, 정해년에서 무자년 사이가 옳을 것입니다.'라고

한 기록을 근거로 할 때, 송강의 나이 52~53살이던 1587~1588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미인곡 - 현대문

이 몸 생겨날 때 님을 좇아 생겨나니

한평생 연분이며 하늘 모를 일이런가

나 하나 젊어 있고 님 하나 날 사랑하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데 전혀 없다

평생에 원하기를 함께 가자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로이 누고 그리는고

엊그제 님을 뫼셔 광한전에 올랐더니

그 사이에 어찌하여 하계에 내려왔는가

올적에 빗은 머리 헝클어진 지 삼년이라

연지분 있지마는 누굴 위하여 곱게 할고

 

마음에 맺힌 시름 첩첩이 싸여 있어

짓느니 한숨이요 지느니 눈물이라

인생은 유한한데 시름도 끝이 없다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듯 하는도다

염량이 때를 알아 가는 듯 다시 오니

듣거니 보거니 느낄 일도 많기도 많구나

동풍이 문득 불어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 밖에 심은 매화 두 세 가지 피웠도다

가뜩 냉담한데 암향은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이 좇아와 베개밑에 비추니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 꺾어 내어 님 계신 데 보내고 싶어라

 

님이 너를 보고어떻다 여기실고

꽃 지고 새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

나위 적막하고 수막이 비어 있다

부용을 걷어 놓고 공작을 둘러 두니

가뜩 시름 많은데 날은 어찌 길단 말인고

원앙금 베어 놓고 오색실 풀어 내어

금자로 겨누어서 님의 옷 지어 내니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산호수 지게 위에 백옥함에 담아 두고

님에게 보내드리려 님 계신 데 바라보니

산인가 구름인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리 만리 길을 누구라서 찾아갈고

 

가거든 열어 두고 날 보신 듯 반기실까

하룻밤 서리 기운에 기러기 울어옐 제

위루에 혼자 올라 수정렴 걷으나니

동산에 달이 나오고 북극에 별이 보이니

님이신가 반기니 눈물이 절로 난다

청광을 쥐어 내어 봉황루에 부치고 싶구나

누각 위에 걸어 두고 팔황에 다 비추어서

심산궁곡도 대낮같이 만드소서

건곤이 모두 닫혀 백설로 한 빛인 제

사람은 물론이요 나는 새도 그쳐 있다

소상님반도 추움이 이렇거든

옥루고처야 더욱 일러 무엇하리

 

양춘을 일으켜 내어 님 계신 데 쏘였으면

모첨에 비추는 해를 옥루에 올렸으면

홍상을 여미어 입고 취수를 반만 걷어

일모수죽에 헤아리고 가려내는 일 많기도 많구나

짧은 해 수이 져서 긴 밤을 꼿꼿이 앉아

청둥 걸어놓은 곁에 전공후 놓아 두고

꿈에나 님을 보려 턱 받고 기대어 있으니

앙금도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나 셀고

하루도 열 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라도 생각 마라 이 시름 잊자 하니

마음에 맺혀 있어 골수에 사무쳐 있으니

편작이 열이 오더라도 이 병을 어찌하리

 

아아 내 병이야 이 님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어져서 범나비 되오리다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마다 앉았다가

향 붙은 날개로 님의 옷에 옮으리라

님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내 님 좇으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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