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더디게 흐르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어른스럽게 보이려 언니의 옷이며 화장품을 넘보기도 하고
어른들은 무슨 이야길 나누는지 엿듣기도 하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성년이 되고 나이가 들수록
내가 한 모든 행동은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깨닫게 되면서
인생이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온 몸으로 느끼게 되지요.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백발이 찾아올 즈음 되면 화살촉 같은 시간들이
무섭게 지나 자꾸만 왔던 걸음 자꾸 뒤돌아보며
매일이 소중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듯 합니다.
죽는 날까지 철이 들기엔 턱없겠지만
오늘 주어진 나의 날들을 사랑해야할 이유입니다.
숙모님께서 원치 않는 병마와 싸우고 계십니다.
우리는 예고없이 다가온 슬픔에는 누구라도 결코 처연해질 순 없습니다.
병문안을 이유로 언니들과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작은아버지와 그곳의 진아언니 모두 저녁을 함께하고 추월산 아래 펜션에
숙소를 잡아 일박을 하였습니다.
어두울 땐 몰랐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초록물 잔뜩 머금은 풍경이 우리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추월산도 유명한데 오를 순 없었기에 대신 용마루길을 산책하였습니다.
이렇게 모두 모여 먼 곳에서 일박을 한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함께 나눈 이야기가 좋고 함께 마시는 차가 좋고 그저 모든 것이 따스합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다음엔 건강 회복하신 숙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대하렵니다.
바람 다녀간 하늘가에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행복을 기원합니다.
우리 사는 날들이 항상 기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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