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얼굴들이
갑자기 낯선 모습이 되어 벽처럼 느껴진다.
아주 짧은 순간에, 그것도 어쩌면 굉장히 큰 것도 아닌 일에 -
그렇게 우울해질 무렵이면 나는 번개에 맞기를 기다린 것 처럼
생각의 전환을 꾀한다.
재빠르게 다른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
한 편 내 인생은 어쩌면
침묵으로 가는 순례길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천지간에 꽃몸살이 한창인 봄날 엄마는 영면에 드셨다.
선산 아버지 곁에서 흙으로 돌아가실 준비는 한 줌의 재면 족하셨다.
온통 연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이 싱그러운 선산에
예를 갖춰 하관식을 마쳤다.
아쉬움이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효를 다하지 못한 자식이지만
햇살도 눈부신 이 봄날에 가신 엄마의 명복을 빌며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 엄마의 빈 자리에 슬퍼하지는 않으련다.
다음은 자식인 우리들의 차례가 된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에
크신 사랑만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며
좋은 안식처에서 평안히 쉬시길 기도드린다.
4월 15일에 영면에 드신 엄마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