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779 고창 청보리밭 봄을 일으켜 세우는 것들 앞에서는 덩달아 힘이 납니다. 혹한을 이겨낸 후 세상을 향해 꼿꼿하게 허리를 펴는 저 당당함이 좋습니다. 맑은 하늘빛도 담아내기 벅찬 봄에 청보리와 유채의 멋스런 조화를 감당하라니 들뜬 마음 겨우 붙들어 어설픈 붓질을 합니다. 보릿고개 노래비를 봅니다. 보릿고래라는 말도 이해하기 힘들 지금 세대들과 부모님 세대간의 어쩔 수 없는 간극은 있겠지만 그래도 참 다행이지요. 찬란히 빛나고 있는 저 싱그러움이 절망을 딛고 일어선 의지의 결과라 여길 수 있어서 많은 꿀벌들이 유채꽃 위를 날며 부산한 것이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잇길 걷다 보니 내게서도 맑은풀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1. 오월 청보리 / 효원 김나연 나는 오래도록 청보리밭에 머물렀다 봄볕 아래 겁 없이 .. 2023. 3. 7. 3월이 오면 - 김영교 (1935~ ) 3월이 오면 김영교 기쁜 소식 한 배낭 지고 까치 새가 앉아 울고 햇살도 안아 보고 달빛도 안아 보고 기왕에 벗을 것이면 맨발 벗고 오려무나 2023. 3. 7. 정야(靜夜) 정야 김원각 여기는 산협을 돌아 사라지는 물소리뿐 향연 너머 연화봉은 장승처럼 앉았는데 그 위로 카랑한 별이 금을 긋고 흐른다 이따금 대숲 속을 빗질하는 바람 소리 골 안은 아늑해도 다시 낯선 어느 벌판 세월도 밀어붙이고 석탑 하나 서 있다 수정빛 정기 어리는 범영루 휘엿한 허리 눈에는 안보이나 선연한 움직임들 그 깊이 알 수 없는 속 쌍여 가고 있었다 2023. 3. 7. 임자도 - 이한성 질척이는 갯벌의 소금기를 털고 있다 끈적인 점액질의 예감으로 일어서는 거세된 꽃게의 울음 옆 걸음을 치고 있다 동상이 든 바람의 까치발을 보고 있다 무명천 하얀 길을 맨발로 밤새 걷던, 먼바다 등대 불빛은 수평선에 떠밀리고 명사십리 실모래가 황사처럼 날고 있다 어둠의 깊이만큼 두려움을 잠재우면 등뼈가 부러진 수초 고개를 들고 있다 2023. 3. 7.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445 다음